top of page
검색
  • 작성자 사진Hwang hyun Cho

구글·GM도 오류투성인데…자율주행으로 돈 버는 이들

최종 수정일: 4월 16일

Source: 중앙일보


[정지원 대표 인터뷰]


자율주행이 시행착오를 거듭해도, 아니 거듭할수록 이 회사는 돈을 번다. KAIST 자율주행차 연구진들이 2018년 창업한 모라이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검증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솔루션을 만든다. 자율주행은 안전성과 신뢰성을 주행 데이터로 검증받아야 하는데, 도로에서 직접 해보는 검증은 비싸다. 모라이는 주행환경과 동일하게 가상에서 검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심(SIM) 드라이브’를 구축했다. 심 드라이브는 지난 3월 국제 표준 인증기관인 SGS-TUV Saar로부터 ISO 26262 인증을 받았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자율주행의 연습장, 시뮬레이터


Q. 인증 취득은 무슨 의미인가?

A. “모라이의 시뮬레이터를 통해 자율주행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자율주행차 개발사들이 사전에 여러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어서, 개발 기간도 줄고 비용도 절감된다.”


Q. 우버나 카카오모빌리티처럼, 소비자 대상 B2C 플랫폼에서 실주행 데이터를 대량 확보하는 회사들도 있는데.

A. “실제 운전하며 얻는 데이터의 70% 이상은 차선 따라 직진이고, 보행자를 감지해 멈추는 식의 돌발 상황은 드물다. 그런 데이터는 시뮬레이션이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눈비가 오면 멈추는 비행기와 달리 자동차는 사계절과 주야 언제든 운영하는 플랫폼이라서 다양한 상황 데이터가 필요한데, 폭우 폭설시 주행 데이터는 얻기 어렵고 주 52시간제로 인해 관련 인건비도 높다. 시뮬레이션 데이터가 점점 중요해지는 이유다.”


Q. 가상 데이터가 실제 주행 데이터를 대체할 수 있나?

A. “상호 보완하고, 궁극적으로는 대체할 수도 있다. 한국에서 학습한 자율주행차가 독일에서 팔리려면 독일의 신호체계와 도로교통법, 표지판도 학습해야 하는데, 개발 단계에서 일일이 실주행할 수는 없지 않나. 기존에 구축된 데이터와 시뮬레이터를 활용하면, 실제와 유사한 데이터를 자율주행차가 취득하고 학습할 수 있다.”


정지원 모라이 대표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Q. 해당 지역의 지도 정보가 있으면 시뮬레이션 환경을 만들 수 있나?

A. “모라이의 최대 강점은 디지털 트윈 자동 생성이다. 가상 환경 내 도로 구현이나 트래픽 재현을 일일이 하면 구축 비용이 비싼데, 모라이 드라이브는 지도와 교통 데이터만 있으면 가상 환경을 자동으로 만든다. 이번 CES에서도 라스베이거스 지도와 환경 데이터를 구해서 가상환경을 구축해 전시했다.”

*디지털 트윈 : 현실의 객체(사물·공간)을 가상 환경에 쌍둥이처럼 구현한 것. 실제 객체의 기능과 특성, 움직임 등을 디지털로 복제해, 시뮬레이션으로 현실 사건의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


Q. 어떤 기술인가?

A. “1단계는 정적 환경을 똑같이 만드는 거고, 2단계는 차량·보행자·야생동물 같은 동적 환경의 구축, 3단계는 실시간 예측과 관제다. 모라이는 3차원 정밀 지도와 로그 데이터(신호체계, 차량 움직임 등)를 이용해 1·2단계를 95% 정도 자동화했다. 특정 지역 차량 운전자 움직임을 모델링해서 행동 예측도 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모라이는 네이버, 현대자동차, 카카오벤처스, 에이티넘 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네이버는 총 3차례 투자에 참여했을 정도. 누적 투자금은 300억원.


Q. 처음부터 기술 검증용 B2B 소프트웨어로 사업 방향을 잡은 이유는?

A. “자율주행 로보택시 같은 B2C 모델은 사회가 수용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 자본이 매우 많이 필요하고, 라이다나 레이더 같은 기기 제조도 대량 양산 때까지 버텨야 하므로 첫 창업에 도전하기엔 어렵다고 봤다. 자율주행 연구를 해보니 주행 검증하는 과정이 힘들어서 그 문제를 개선하고 싶기도 했다. 개발자들이 자기 기술의 신뢰성을 빨리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거다. 연구소, 완성차 업체, 부품 제조사 등이 모두 우리 고객사다. 자율주행 상용화가 늦어져도 우리는 괜찮다.“


모빌리티 업계는 재편 중

자동차업계는 재편 중이다. 키워드는 ‘SDV(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탈 것, software-defined vehicle)’.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부품의 레벨에 따라 티어1, 티어2, 티어3로 구성되던 거대한 자동차 생태계에 ‘소프트웨어(SW)’가 더해지는 것. 지난 25일 현대자동차가 자율주행 SW 자회사 포티투닷에 1조원을 추가 투자하겠다는 목적도 SDV 역량 강화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같은 빅테크는 저마다 차량용 운영체제(OS)를 들고 이 생태계의 핵심으로 들어오려 해, 주도권 다툼이 한창이다.


Q. 완성차 제조 생태계에 변화가 생길까.

A. “기존에는 현대모비스 같은 부품사가 1차 벤더였는데, SDV에서는 차량용 OS 공급사인 빅테크가 1차 벤더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그러면 하드웨어 위주 회사들은 2차, 3차 벤더로 하나씩 밀려나게 된다. 신차 개발 주기도 빨라진다. 마치 스케이트보드 같은 하드웨어 플랫폼 위에 적정한 모터 선택하고 배터리 깔고 SW 적용하는 식이 될 거다. 완성차 양산이 아주 쉬워지고 빨라질 수 있다.”


Q. 스타트업과 중소 업체 입장에서는 뭐가 달라지나?

A. “예를 들어, 자동차 도어락 납품사는 이제까진 문 잠그고 푸는 모터와 제어 장치를 같이 만들어 왔는데, SDV에서는 통합 제어가 된다. 모터와 제어 장치를 1만원에 납품하던 걸, 원청에서 ‘이제 모터만 줘’라고 하면서 2000원에 납품해야 할 수도 있다.”


Q. 국내 부품 업체들의 생존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A. “SW 강화로 체질을 개선하려면 전문 인력이 필요한데, 인력의 절대 수가 적고 그중 대부분은 대기업으로 간다. 중소기업은 대응 속도에 따라 크게 어려워질 수 있다. ”


Q. SW 스타트업으로서, 하드웨어 위주의 자동차 업계와 협력은 어떻게 하나?

A. “자동차업계는 소프트웨어 중심과 하드웨어 중심, 양산과 연구 진영이 매우 첨예하게 대립한다. 하드웨어 위주의 기존 업체가 SW 트렌드를 빨리 따라가고 적용하기 어려운데, 모라이는 그 부분을 돕는다. 우리 도구(시뮬레이터)가 아무리 좋아도, 고객(자율주행 개발사)이 잘 배워서 쓰도록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잘 해주는 게 핵심이다. ”

모라이의 자율이동체용 시뮬레이션 솔루션 ‘모라이 드라이브’. 모라이


비용 줄이는 기술로 주목

디지털 트윈과 시뮬레이션은 대표적인 ‘비용 절감형 기술’이다. 인건비와 안전비용 등, ‘실제 해보기’의 값이 천정부지로 비싸지기 때문. 모라이는 지난 1월 CES 전시에서 UAM이나 항공산업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과 정밀지도 기술을 선보여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Q. UAM도 시뮬레이션이 필요한가?

A. “비행기 이착륙 시 공항 관제와 긴밀히 소통하듯, UAM도 건물풍이나 바람 영향 분석, 착륙 순위 같은 통제가 중요하다. 기존에 무전으로 하던 신호를 디지털화해야 하고, 실제 UAM 기체를 하늘에 띄우기 전 많은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현재 전 세계에서 한국 UAM에 관심이 많아, 고객사들이 ‘너희 거기에 참여하냐’ 묻는다.”


Q. 확장 가능한 다른 영역도 있나?

A. “무인선박과 스마트 공장·물류 등이고, CES에서 존디어나 대동 같은 농기계 업체와도 접촉했다. 한 예로 삼성과 함께 건물 한 동만 한 화물을 옮기는 프로젝트를 했다. 교각을 피하고 가로등을 뽑았다가 재설치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서, 비용이나 시간이 적게 드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정지원 모라이 대표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Q. 내 기술을 어디에 적용해서 매출을 낼지, 보는 눈은 어떻게 기르나?

A. “공동대표(홍준)에게 기술 총괄을 맡기고, 나는 대외 영업과 활동을 많이 한다. 만나보면 고객 수요는 명확하다. 세미나에서 발표하면 다른 산업계 분들이 ‘우리 사업에 적용해보고 싶다’고 요청하는 일이 잦다. 당장은 우리와 관련이 적어 보여도 많이 만나서 듣고 배운다.”


Q. 그런 사업적 성향 혹은 능력은 어떻게 얻나?

A. “성장 배경 아닐까. 가족과 친인척 중 사업하는 분이 많았고, 사람과 관계 맺는 것을 많이 보고 배웠다. 사람에 투자하고, 장점을 합해 시너지를 내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 등이다. 창업하겠다고 한 시점이 결혼 3개월 전이었다. 부모님과 배우자 중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중앙일보 인터뷰 기사 발췌: 원문 기사







조회수 492회
bottom of page